2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

  난청인과 청각장애인에게 인공와우(Cochlear implant) 이식수술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행복을 전해준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인공와우센터장 오승하 교수가 지난 26일 별세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오승하 교수는 1981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했으며, 1998년부터는 서울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로 부임하여 25년간 난청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신생아 청력선별검사 의무화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인공와우 이식수술의 등 정책 발전에 기여해왔다.

 

신생아 난청 예방을 위해 노력한

  신생아청각선별검사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난청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태어날 때 난청이 있는지 없는지 난청 위험군에 대해 조기에 진단하여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지연되지 않도록 난청을 진단하기 위한 사업이다. 

신생아청각선별검사 온라인 교육 사이트

  오승하 교수는 2006년부터 사업의 필요성을 연구하며, 신생아청력선별검사를 통해 난청 조기 진단과 언어발달 지연을 예방하기 위해 2013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2018년부터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청각선별검사가 의무화로 자리잡았다.

  필자도 일찍이 신생아청력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면 조기에 난청 진단을 통해 더 나은 듣기경험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삼키며, 어려서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라는 알파세대에게 일찍이 소리의 중요함을 전해준 사람은 바로 오승하 교수이지 않을까. 

 

인공와우 이식수술의 보건의료정책 개선에 앞장선

  오승하 교수를 의사 중 누구보다도 인공와우 급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모색하고, 정책의 확대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선 사람이라고 인공와우 사용자들은 말한다. 

  어느 의사들과는 다르게 인공와우 급여정책의 확대에 대해 직접 현장에서 목소리내며 난청인과 청각장애인과 함께한 사람은 오승하 교수밖에 없었다.

  의료계 뿐만 아니라 장애인 복지사회에서도 의사로서 복지정책의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오승하 교수는 그렇게 2025년 정년을 앞두고도 쉼 없이 달려왔다. 

  1988년 국내 최초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시행한 서울대학교병원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인공와우이식센터의 센터장을 맡은 오 교수는 인공와우 심포지엄 등 매년 행사를 개최하며 국내에서 인공와우 관련 교류에 기여해왔다.

  지난 22년에는 국회에서 인공와우 외부기기 급여정책 공청회를 추진하며, 당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인공와우 외부기기 대수를 1대에서 3대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었으나 공약은 파기되었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 8일부터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 14회 아시아-태평양 인공와우 심포지엄(APSCI)을 국내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대회장으로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지난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공보건계획 Public Health Planning for Hearing Impairment (PHPHI)을 수립하기 위해 청각 정책 관련 단기과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APSCI
APSCI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을 위해 전략기획단에서 청각 관련 분위위원장을 맡아 오는 11월 말, 정부의 중장기 청각장애 유형에 대한 계획을 오승하 교수를 중심으로 국내 청각장애인 복지정책과 제도 개선을 위해 의견을 수립하고 발표를 앞두고 있던 것이었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만큼 오승하 교수가 꿈꿔온 청각장애 유형 중장기 건강보건관리 계획이 발표되고, 추진될 수 있더라면 난청인과 청각장애인의 삶은 더 나은 듣기 경험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삼킨다.

 

인공와우 국산화로 새로운 지평선을 연

  전 세계에는 인공와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는 코클리어, 메델 등 6개밖에 없으며, 국내에는 16채널을 개발한 인공와우 회사가 있었으나 2012년 폐업했었다. 

  인공와우는 기술이 복잡하고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쉽게 개발하고 상요해내지 못하며, 대당 2,400만원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기기이다. 양측 귀가 모두 나쁘다면 인공와우 사용을 위해서는 약 4,8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난청과 소음으로 청력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의 수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난청인과 청각장애인은 인공와우 기술의 발전과 가격경쟁을 원하고 있다.

  오승하 교수는 누구보다 환자들이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비용 부담을 알고 있었던 걸까. 지난 22년 인공와우 제조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서울대 출신 국내 스타트업과 함께 업무협약(MOU)체결을 하여 인공와우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오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과 공동연구를 하며 임상시험평가와 검증을 통해 차세대 기술 도입에 누구보다 노력해 왔던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인공와우가 제품화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긍정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제품에 대한 불확실성과 기존의 우수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는 만큼 의사들은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승하 교수는 국산 인공와우의 필요성과 꼭 만들고자 하는 의사로서 안정성을 담보하고 인공와우의 의료기기 진입장벽을 해소해 나가고 있었다.

  이어뉴스에서 확인 결과, 국내 인공와우 스타트업은 이제 세계 최초로 32채널 인공와우 임플란트를 개발하며, 올해 식약처에 의료기기 인허가 등록 중으로 내년에는 인공와우 품목허가에 대한 기대를 해보며 오승하 교수의 발걸음이 빛을 발한다.

  

명의를 추모하며

  25년간 누구보다 의료인으로서 쉬이 가지 않는 길을 난청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노력해온 오승하 교수를 이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제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기를.

  인공와우 수술의 발전에 기여한, 청각장애 의료복지정책 문제점과 제도개선에 앞장선, 누구보다도 난청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오승하 교수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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