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송병호 의원은 지난 8일 청주시의회 제8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수어 통역 전문인력 양성과 확대 배치를 촉구하는 5분 발언을 했다.

  송 의원은 “농아인들의 언어를 대변해주는 수어 통역사가 청주시에 소수 인력이 배치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현실을 지적하면서 수어 통역사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수어가 농아인들의 언어적, 인지적 능력 발달을 돕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존에 요구되는 기본적 권리를 실현하는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2021년에 제정된 ‘청주시 한국수화언어 활성화 지원 조례’에서 명시하고 있는‘수어 통역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시장의 책무를 다해 줄 것”을 주장했다.

충북농아인협회 청주시지회 제공
충북농아인협회 청주시지회 제공

  지난 흔적을 살펴보면, 21년 12월 충북농아인협회 청주시지회의 요구에 의해 유연경 청주시의원이 '청주시 한국수화언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대표발의되었다. 

  당시 2007년 설립된 청주시 수어통역센터의 조직형태가 7명으로 수어통역, 상담, 정보제공, 취업알선, 사례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례가 제정되었다.

  그러나 해당 조례를 분석해 보면, 시장의 책무가 강제된 의무사항이 아닌 "노력하여야 한다"에 머물렀으며, 한국수어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행계획은 "매년 수립ㆍ시행할 수 있다."에 그쳐 할수도 있고 안할수도 있는 조례가 되어버렸다.

  실태조사 역시 "하여야 한다"가 아닌 "실시할 수 있다"의 수준에 그쳐 21년 조례 제정 이후 시행계획과 실태조사는 없는 실정이다.

  송 의원에 의하면 23년 1월부터 8월까지 청주시수어통역센터에서 6명의 통역사가 소화한 수어통역 건수는 5,700여 건으로 인당 일 편균 6.8건의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동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식사시간도 부족한 근로환경이라고 밝혔다.

  수어통역서비스 건수 5,700여 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으나, 청주수어통역센터가 2018년 공개한 사업실적에 비교하면 많다고 할 수 없다. 매년 예산.결산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나, 2019년 이후부터는 사업계획과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주시수어통역센터 2019년도 예산.결산 공고 갈무리
청주시수어통역센터 2019년도 예산.결산 공고 갈무리

  2018년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출장 서비스 통역으로는 목표 실적 10,000건 중 9,793건이며 전화 및 내방 통역은 목표 실적 1,500건 중 1,783건이다. 2019년 실적 또한 목표 실적은 변동이 없다.

  청주시는 전체 인구 약 87만여 명('23. 10. 기준)으로 전체 인구수 대비 장애인은 4.7%인 약 4만여 명이다. 이들 중 청각.언어장애인은 약 6천여 명에 불과하나 현재 충주시 수어통역센터는 6명의 통역사가 근무하고 있다.

  국내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나 인구고령화로 청각.언어장애인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농인은 아니다. "농인"은 법령 그대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난청으로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사용하며 음성언어로 의사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은 '농인'이 아니며,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은 수어통역센터를 이용하거나 지원을 받는데 제약이 따른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107손말이음센터 제공
107손말이음센터 제공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운영하는 '107 손말이음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일찍이 인지하고 전화 이용이 어려운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해 수어 뿐만 아니라 문자로도 지원하는 24시간 실시간 통신중계 서비스를 운영한다. 청각장애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쇼핑 예약, 구직 면접, 화상업무 통화, 가족, 친구 연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107손말이음센터 제공
107손말이음센터 제공

  이에 반해 청주시의회에서 송 의원은 5분 자유발언 당시 일본어로 “聾者とは聴覚障害を持ち聾文化の中で韓国手話を日常的に使う者のことをいう”라며 "이 말을 이해하느냐"를 시작으로 "농인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농문화 속에서 한국 수화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말하며, 대한민국의 공용어인 한국수어를 외국어와 비교하면서 수어의 지원만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가 싶었다.

청주시의회 인터넷방송

  수어통역센터가 전국에 200여개 이상 설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정치인들은 수어만이 청각.언어장애인의 유일한 지원 수단으로 인식을 하는 것일까? 갑작스러운 난청으로 인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도 진료를 받으러 가게 되면, 의사와도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때 진료 과정에서 자막을 제공하는 등 초기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을텐데 서비스조차 없는 문제에는 왜 아무도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107손말이음센터가 개소한지 18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많은 청각.언어장애인은 손말이음센터를 모르거나 중계서비스로서 활용하는데에도 한계가 있다. 일례로 구직 시에 면접 일정은 잡을 수 있으나 면접 당일 현장에서는 수어통역이나 자막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계층만을 위한 역할을 넘어서 사각지대에 우리가 놓치는 사람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함에도 이번 5분 자유발언은 제공되고 있는 수어통역 서비스의 영역에서 확대만을 요구하는 실정으로 정말 모든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촉구건의사항인 것인지 안타까움만 남는다. 이는 비단 청주시에서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지난 11월에는 군포시의회 이혜승 의원이 '한국수화언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수어통역 의무 배치를 강조했으며, 국회에서는 지난 22년 최혜영 의원이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수어통역 심리지원 서비스' 이용률이 심각하다며 전문 상담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각.언어장애인의 심리지원 서비스에 수어통역만 있으면 해결이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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