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지났으나 청력장애 등급 변화 無
정부 지원 없어...보청기, 인공와우 수술 비용 부담 가중
청각장애인들의 공감과 소통, 편측성 난청인 지원해

  편측성 난청인은 소음 환경에서는 단어를 놓치거나 소리의 방향을 적응하지 못해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채 이명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편측성 난청은 한쪽 귀는 정상이거나 정상에 가깝지만 반대쪽 귀의 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를 말하며, 편측성 난청인은 청각장애 등록이 불가하다.

출처 : audiologyonline
출처 : audiologyonline

  한 연구에 의하면 편측성 난청 아동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뒤쳐질 가능성이 10배 더 높다고 한다. 사회에서 상호작용 하는 대부분의 규칙은 직접적인 교육보다는 청각, 시각적 신호를 통해 환경 요인에서 학습되기 때문이다. 결국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나 편측성 난청은 장애등록이 불가하여 의사소통장애를 지닌 사람으로서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이 가능하다.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만 특수교육대상자로 선발되는 것이 아니며,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지하지 않더라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될 수도 있다.)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특수교육법 제15조 및 별표)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특수교육법 제15조 및 별표)

  편측성 난청 성인 또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자간 대화 시 입모양을 보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소외될 수밖에 없고, 결국 위축되기 일쑤이다.

  이들은 더 나은 듣기생활을 위해 보청기 착용을 희망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고민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 일측 귀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보건복지부는 18년도부터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를 의무화하였고, 선천성 난청 조기진단을 통해 조기 재활하여 난청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언어·지능발달장애, 사회부적응 등을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 발달 도모하고자 '선천성 난청검사 및 보청기 지원사업'을 2019년부터 시작했다.

  즉, 신생아 청각선별검사가 의무화되기 시작하면서 태어나서부터 난청의 유무를 진단하게 되었고, 편측성 난청 영유아도 장애등록이 불가하지만 보청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청기 지원사업은 5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양측 귀 청력저하(40-59dB 이하) 또는 일측 귀 청력저하(일측 귀 55dB 이상이면서 좋은 귀의 청력 역치가 40dB 이하)로 보청기를 구입하는 경우 보청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

조수진 의원 사무실
조수진 의원 사무실

  하지만 편측성 난청 성인 지원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 해 개최된 '노인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여한 보건복지부는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급여 확대를 위해서는 난청 인식의 변환이 먼저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편측성 난청 성인의 통계는 조사된 바 없다. 18년 이전에는 선천적으로 편측 귀가 전혀 들리지 않았는지 그 시기는 알 수가 없으며, 후천적인 요인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원인조차 몰라 편측 귀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결국 청력 장애 등록이 불가하여 결국 100% 자부담으로 보청기를 구매하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편측성 난청을 장애로 인정하는 국가는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독일 등 17개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장애 인정 범위가 넓어지는 반면 한국은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신 장애인복지법) 제정 이후 장애인등급표는 43년이 지났다. 지난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청각장애 등급 역시 5개에서 2개 등급으로 개편되었다. 하지만 청각장애 정도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장애인복지법 청력장애 등급표
장애인복지법

  난청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편측성 난청의 장애 진단 기준 또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한 귀의 청력 손실이 80dB 이상이더라도 다른 귀의 청력 손실이 40dB 이상이어야만 장애 등록이 가능하다. 얼마나 난청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어야 편측성 난청인의 고충 또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들은 의사소통의 한계로 어느 시점에서는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보청기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약 2천만원에 달한다. 또한 수술 이후에는 재활을 받아야 하는데 재활 바우처는 18세 미만 장애아동만 서비스를 이용받을 수 있어 나홀로 재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편 5세 미만 영유아를 제외하고는 편측성 난청인이 청각보조기기와 재활 지원을 받으려면 민간단체 지원이 유일하다. NGO단체에서는 의료비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의료보장구 100만원부터 수술비 500만원까지 단체의 특성에 따라 소득기준부터 지원기준이 상이하다.

  그러나 소득으로 기준을 충족하고, 청각장애 등록이 되어야만 지원하는 반면 편측성 난청은 장애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편측성 난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카카오 같이가치
카카오 같이가치

  최근 편측성 난청을 지원하기 시작한 단체가 있다. 청각장애인들의 공감과 소통(이하 '청공소')은 사랑의열매 연합모금으로 지난해 카카오 같이가치 기부금 모금을 시작했다. 모금된 금액을 통해 올해부터 저소득 편측성 난청인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보청기 구입비, 인공와우 수술비를 지원한다.

  지난 2월 보청기 지원을 받은 어르신은 고막이 없는 상태에서 그동안 한쪽 귀로만 소리를 들어왔으나 잘 들리던 귀마저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모임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점점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집안에서만 머물게 되었다. 

  월 30만원 생계비로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어르신은 값비싼 보청기를 구매하려면 감당할 수 없어 오랫동안 청력상태를 방치하면서 결국 더 나빠지게 된 케이스이다. 다행히 청공소의 도움으로 처음 보청기를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모임도 나가고 노래도 열심히 따라 부르면서 재활 공부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힌 어르신은 이날 눈물을 삼키면서도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보청기 첫 착용을 시작하며 기뻐하시는 어르신
보청기 첫 착용을 시작하며 기뻐하시는 어르신

  청공소 관계자는 "사랑의열매 연합모금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편측성 난청인을 대상으로 청각보조기기 지원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며, "보청기 지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인공와우 이식술을 고민하고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을 받지 못한 편측성 난청인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측 귀로 잘 듣기 위해 집중하거나 긴장하면 쉽게 피로하게 된다. 소음 상황 속에서도 편측 귀로만 들을 수 있다면 어떻게 들릴까? 우리는 과연 편측성 난청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귀가 두개인 이유가 있듯 편측성 난청인에게도 두 귀로 들을 수 있는 행복을 나눠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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